ARMO (경상북도 농업과학원)
Type: Proposal
Use: Research Facility + Educational Facility + Storage
Location: 683-2, Sannam-ri, Sanpo-myeon, Naju-si, Jeollanam-do, Korea
Site Area: 23,395㎡
Building Scale: 2 stories above ground
Building Area: 3,377.63㎡
Maximum Height: 8.95m
Structure: Timber + Steel Frame
Design: Sunhyung Kim + Jihoon Kim (mmk+)
일상과 풍경의 균형
이 프로젝트는 전라남도 곡성에 위치한 농업자원관리원의 청사 계획안이다. 행정 중심의 청사가 아닌, 곡성이라는 지역과 그 안의 주민, 나아가 농업이라는 삶의 방식에 어울리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였다. 이곳은 단지 사무공간이 아니라, 공공의 삶을 담는 일상적 장소로 작동해야 했다. 내부의 동선이나 프로그램보다 먼저, 마당과 풍경이 우선시되는 구성이 제안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주변의 논밭과 구릉, 그리고 계절마다 달라지는 빛과 바람이 공간의 전면에 드러나도록 했고, 건물은 그 곁에 조용히 머무는 태도를 취한다. 바깥의 풍경이 내부의 시간과 이어지도록, 건축은 배경이 아니라 느린 리듬을 만드는 장치처럼 계획되었다.
두 겹의 건물
전체는 중앙의 마당을 감싸는 중정형 평면으로 구성되어 있다. 외부는 곡성의 자연과 어우러지도록 낮고 긴 형태를 취했고, 내부는 주민들이 쉬고 모이고 머물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되었다. 외곽의 첫 번째 레이어는 공공의 행정기능을 담고, 내부의 두 번째 레이어는 마당과 바로 연결되는 휴게와 만남의 공간으로 이뤄진다. 이 두 겹의 구성이 단절된 영역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안팎을 넘나드는 동선을 유도하며 공공성과 일상의 경계를 느슨하게 만든다. 사람들은 사무를 보러 왔다가 마당에 머물고, 마당을 거닐다가 회의실로 이어진다. 기능이 아닌 관계로 구성된 평면이다.
건축의 스케일을 낮추다
이곳은 작은 건물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최대한 스케일을 낮추어 구성하고자 했다. 평지붕 대신 경사지붕을 도입하고, 동마다 매스의 크기를 나누었으며, 마감 재료 또한 인위적인 위계를 갖지 않도록 조정했다. 이는 건물 자체가 과시적이지 않고, 지역의 다른 건물들처럼 일상적인 시선 안에 놓이도록 하기 위함이다. 전면의 목재 루버는 외장 재료이기도 하지만 그 너머 풍경을 걸러내는 필터이기도 하다. 루버 사이로 흐르는 빛, 그리고 열린 틈으로 보이는 마당의 풍경은 이 공간이 하나의 수직적 권한 구조가 아니라, 수평적인 관계를 전제한 공공의 장소임을 드러낸다.
모이는 공간, 머무는 장소
프로그램상으로는 공공의 회의실, 교육장, 민원실 등 다양한 기능이 주어졌지만, 이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곡성에 사는 주민들이거나 지역 농업과 직접 연결된 이들이다. 따라서 공간이 ‘기능’을 넘어서 ‘태도’를 품을 수 있어야 했다. 지나가는 곳이 아닌 잠시 앉아 머물 수 있는 공간, 일방향이 아닌 시선이 교차되는 장소, 목적이 아닌 관계가 맺어지는 풍경. 그런 의미에서 농업자원관리원은 작은 공원에 가까운 공간이자, 마을회관과 유사한 태도를 가진 행정청사다. 낯설지 않되 진부하지 않고, 격식이 있으되 폐쇄적이지 않은, 공공 건축의 또 다른 가능성을 실험해본 자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