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UL MARU
Type: Proposal
Use: Public Outdoor Lounge
Location: 119 Sejong-daero, Jung-gu, Seoul, Korea
Site Area: 996.50㎡
Building Scale: 1 story
Building Area: 468.15㎡
Maximum Height: 4.85m
Structure: Aluminum Pole Frame
그늘에서 출발한 장소
이 프로젝트는 서울 도심 한복판, 덕수궁과 광화문 사이 옥상 정원 위에 임시로 설치된 공공 구조물이다. 역사적 장소성과 기후적 환경이 모두 중요한 맥락이었고, 그 가운데 "그늘"이라는 개념이 공간 구상의 출발점이 되었다. 왕의 행렬에서 사용되던 장식 차양인 청개·홍개의 이미지, 그리고 덕수궁 담장 바깥을 드리웠던 가로수의 그늘은 장소의 감각적 기억을 환기시키는 요소였다. 도심에서 바람과 나무 그늘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자는 접근은, 단기 설치물임에도 불구하고 장소의 깊이와 연속성을 확보하려는 시도였다.
바람과 천으로 만드는 숲
서울의 9월은 뚜렷한 북서풍이 부는 시기이다. 프로젝트는 이 바람을 가시화할 수 있는 구조를 통해 도시 위에 또 하나의 숲을 상상했다. 경량 파이프와 메시 천, 와이어 후프를 이용해 구성된 이 공간은 바람이 불 때마다 천이 흔들리고, 형체 없는 바람이 조형으로드러난다. 이는 숲의 흔들리는 나뭇잎과도 유사한 리듬을 만들어내며, 고정된 구조물이 아닌 변화하는 풍경으로서 작동한다. 공간은 언제나 같지 않고, 빛과 움직임에 따라 계속해서 달라진다. 도시의 지붕 위에서 일시적으로 생성된 이 풍경은, 바람과 시간에 따라 스스로 갱신되는 임시 숲이었다.
소프트 데이텀과 다층적 높이
건축 구조는 간단하지만, 사용자 경험은 다층적으로 구성되었다. 다양한 높이에서 겹쳐지는 천의 구조는 엄격한 수평면이 아닌 유연한 기준면, 일종의 soft datum을 형성한다. 이는 주변 수목의 가지 높이에서 착안한 것으로, 사용자에게는 시각적 위계와 함께 공간 깊이를 제공한다. 하나의 평면이 아니라 리듬감 있는 단면이 펼쳐지며, 가벼운 구조지만 풍부한 감각적 장면을 만들어낸다. 이는 특히 프로그램이 명확히 규정되지 않은 공공 공간에서, 다양한 활동과 사용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역할을 했다.
모듈화된 구축과 실현 가능성
전체 구조는 표준화된 경량 부재들로 이루어졌다. 파이프 프레임과 메시 천은 공장에서 사전 제작되어 현장에서 모듈 단위로 조립되었다. 이는 4일이라는 짧은 설치 기간과 500만원 미만의 원단 비용이라는 예산 조건 속에서도 충분히 구현 가능하도록 설계된 시스템이었다. 컬러 조합은 30개의 표준 색상을 활용했고, 후프와 와이어로 구성된 천의 형상은 반복 가능하고 조정 가능한 구조로, 공공 프로젝트로서의 확장 가능성도 염두에 두었다. 제작 방식은 간결했지만, 결과물은 시각적으로 풍부하고 도시 공간에 효과적인 개입을 가능하게 했다.
기억의 공공 구조
SEOUL MARU는 단지 전시물이 아닌, 사용자의 체류와 활동을 유도하는 구조였다. 누군가는 천 아래에서 공연을 보고, 누군가는 도심 속에서 책을 읽었다. 프로그램을 강제하지 않는 열린 구조는 공공성을 확보하면서도 다양한 해석을 가능하게 했다. 공간을 규정짓기보다는, 사용자와 환경이 함께 완성해나가는 틀로서 기능했다. 도시 한복판에서 이질적인 자연을 상상하고, 임시 구조를 통해 그것을 실현한 이 프로젝트는, 건축이 짧은 시간 동안에도 장소의 감각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