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립무등도서관 리모델링
Type: Renovation
Use: Public Lounge + Library
Location: 130 Myeonang-ro, Buk-gu, Gwangju, Korea
Building Area: 75.69㎡
Maximum Height: 2.35m
Structure: Kombilock Modular Furniture System
Construction: K&J Interior
Client: Gwangju Mudeung Municipal Library
Photo: Sunghee Kim
비정형 공간에서 찾은 전략적 질서
Readymadescape는 광주 무등도서관의 디지털 자료실 리모델링 프로젝트로, 제한된 예산과 시간, 고정된 물리적 구조 속에서 새롭게 정의된 공공 공간의 가능성을 실험한 작업이다. 이 프로젝트는 기존의 단순 개보수나 가구 교체를 넘어, 행위 중심의 공간 구조와 기성재 기반의 건식 조립 시스템을 통해 공공디자인의 새로운 전략을 제시하고자 했다. 우리는 도서관이 단지 열람 기능에 머물지 않고, 사람들의 체류와 상호작용이 교차하는 복합적 플랫폼으로 작동하길 원했다. 이를 위해 첫 단계에서 혼재된 가구들과 비효율적인 동선을 철저히 분석했고, 공간의 중심부에 ‘머무름의 섬’을 조성하는 전략으로 공간의 주도권을 재구성했다. 공간의 가장자리에는 검색, 안내, 북큐레이션, 전시 등의 기능을 순환되게 배치하고, 중심에는 자연광과 응시, 탐색, 만남이 이루어지는 다기능적 코어를 형성함으로써 도서관이라는 공공 공간이 단지 정보 소비의 장소가 아닌, 도시의 일상과 감각이 교차하는 장소로 재편되도록 유도했다.
디지털, 열람, 전시의 다층적 경험
2층 중심 공간은 단순한 열람실의 틀에서 벗어나, 디지털 검색, 안내, 휴식, 신문 열람, 소규모 전시가 공존하는 복합 프로그램 공간으로 진화했다. 기존의 벽면 중심 가구 배치 대신, 중앙 집중형 구성과 자연광 흐름을 고려한 기능 조닝을 통해 이용자에게는 목적 중심이 아닌 경험 중심의 공간 사용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었다. 가구 하나하나가 하나의 독립된 프로그램이자 건축 요소로 기능했고, 가변적인 조합을 통해 서로 다른 요구와 조건을 수용했다. 이는 결국 머무름, 이동, 탐색이 유기적으로 순환되는 공간 리듬을 만들어냈다. 가구 디자인에서도, 머무는 자세의 다양성(앉기, 기대기, 눕기)을 고려한 높이 조정과 재료 선택을 통해 도서관이라는 제도적 공간 안에 사용자 친화적이고 비형식적인 풍경을 만들어내려 했다. 아울러 독서와 검색, 커뮤니티 활동, 디지털 열람, 신문 보기, 휴식이라는 상이한 프로그램을 하나의 공간에 겹치게 배치함으로써, 이용자는 의도치 않은 방식으로 공간을 점유하고 다른 이용자와 마주칠 수 있었다. 이러한 우연성과 다층성이 도시의 공공 공간에 필요한 감각이라 판단했다.
정밀한 모듈화, 낭비 없는 공공건축
이 프로젝트는 시공이 아니라 ‘조립’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했다. 현장에서 새로 제작하거나 가공된 목공물이 아닌, 기성재 기반의 선제작(Prefab) 조립 방식은 전체 공기 단축과 예산 절감, 폐기물 소화라는 실질적인 성과를 낳았다. 모든 유닛은 천장 패널의 모듈 그리드(345mm)와 정밀히 연동되도록 설계되었고, 반복되는 구조 기둥 사이를 기준으로 치수를 맞춰 가구 간격과 배치를 결정했다. 덕분에 폐기물은 약 30% 절감되었고, 공사기간은 단 2개월 이내로 마무리되었다. 이처럼 규격화된 시스템 속에서 감각과 기능, 공공성과 경제성이 동시에 확보된 사례는 드물다. 또한 이 시스템은 공공 건축에서 흔히 간과되는 시공 이후의 운영 측면까지 고려된 점에서 유의미하다. 모든 가구는 리필형으로 유지보수가 쉽고, 부품 교체 및 위치 변경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었으며, 그 자체로서 하나의 시스템이자 공간 언어가 된다. 복잡한 설비 변경 없이도 프로그램이나
공간에서 시스템으로, 시스템에서 도시로
Readymadescape는 단일 공간 리모델링을 넘어서, 도시 내 유사 공간으로의 확장을 염두에 둔 구조적 전략이기도 했다. 48개의 가구 유닛은 해체, 이동, 재배치가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실제로 광주시 산하 사직도서관, 산수도서관 등의 리모델링 계획에서도 동일한 모듈 전략이 우선 적용 검토되고 있다. 작은 도서관, 주민센터, 유휴 공공청사 등 물리적 제약이 큰 소규모 공간에서 이 시스템은 물리적 구조 변경 없이도 즉시 적용가능한 확장성을 지닌다. 이식 가능성과 재조립 가능성을 내장한 구조는 도시 전반의 공공 공간 개선에 있어 유력한 프로토타입이 될 수 있다. 이 프로젝트는 하나의 공간 해법이라기보다, 하나의 공공 인프라 구축 방식이자 건축적프로토콜이다. 사용자가 점유하고 변형할 수 있는 여백을 남기고, 건축가가 개입할 수 있는 제약조건을 설정함으로써 공공성과 작동 가능성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 그것이 이 프로젝트가 목표한 지점이었다.
공공디자인의 실천적 태도
이 프로젝트가 궁극적으로 지향한 것은 공공디자인의 실질적인 작동방식에 대한 질문이었다. 기성재를 가공 없이 사용하고, 조립만으로 새로운 질서를 형성하는 태도는 단순한 미감이나 예산 절감의 차원을 넘어서, 설계자가 공공의 물리적 조건에 어떻게 개입하고 기여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였다. ‘공공가구경관(公共家具景觀)’이라는 개념 아래, 우리는 가구를 통해 공간을 만들고, 공간을 통해 관계를 만들고자 했다. 결과물로서의 공간이 아니라, 설계–시공–운영의 모든 단계에서 구축된 시스템 전체가 하나의 건축으로 기능하도록 구성한 점에서, Readymadescape는 우리가 믿는 ‘과정 중심의 건축’에 가장 가까운 실천이었다. 이처럼 건축이 ‘무엇을 만들었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만들어졌는가’를 통해 사회와 만날 수 있다면, 건축은 훨씬 더 넓은 지평에서 작동할 수 있을 것이다.